매년 봄 전국 각지에서는 다양한 미식 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제주 고메위크’다. 약 열흘간 진행되는 제주 고메위크는 신선한 현지 식재료와 숨은 맛집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고메위크에 참가하는 식당 80여 곳은 축제 기간에 특별 메뉴나 가격 할인, 음료 서비스 등 혜택을 방문객에게 제공한다. 미식가에겐 진짜 제주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5월에는 2200여 명이 고메위크 맛집을 찾았다. 하지만 올해는 봄이 아닌 가을에나 고메위크를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일정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제주 고메위크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역 먹거리 축제 가운데 올 초부터 5월까지 취소 또는 연기된 일정은 30여 개에 달한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를 열지 않은 결과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역 축제를 활용해 고사 직전에 놓인 식품·외식업종을 살릴 때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코로나19 진정을 전제로 한다. 이철 한국외식업중앙회 사무국장은 “지역 축제를 통해 경직돼 있는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아사 직전에 놓인 외식업계에 큰 도움이 된다”며 “현지 맛집과 특산물을 소개하면서 선결제 캠페인 등도 병행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축제가 직거래 장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제철 식재료를 소비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4~5월에 생산되는 산나물이나 러시아산 대게 등이 지역 축제를 통해 대부분 판매된다는 점만 봐도 중요성을 알 수 있다”며 “여름철 대표 채소나 과일 등마저 헐값에 처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는 6월을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운동 활성화 방안으로는 조건부 현금 지원 정책이 꼽힌다.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지급해 소비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경기도가 최근 재난기본소득 정책의 일환으로 도민에게 10만원어치 지역화폐를 나눠준 것이 외식업체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어느 정도 실효성이 검증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2~24일 도내 자영업자 488명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 효과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6.1%가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된 지난 9일 이후 전월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73%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 진작에 앞서 각종 금융 혜택으로 외식 자영업자의 줄도산부터 막아야 고메위크를 뛰어넘는 ‘고메먼스’가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영업자 살리기 대책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속도'”라며 “부동산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카드 거래 실적 등을 자산으로 간주해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작년 실적을 기준으로 오는 5월 종합소득세가 나오면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니 50% 이상 감면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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